조용헌 살롱] 홍천군 약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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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이 세계화하면서 사람에게 유익한 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추세다. 옛날 도인(道人)들도 절이나 수도(修道)터를 잡을 때에 가장 먼저 살펴보았던 부분이 바로 물이다. 매일 마셔야 하는 물이 좋지 못하면 건강을 유지하지도 못하고, 도를 통하지도 못한다.
어떤 곳에 좋은 물이 있는가. 좋은 약수가 있는 장소를 알려면 그곳의 산 이름이나 지명(地名)을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 옛날 지명은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들이 아니다. 이름에는 많은 암시가 숨어 있다. 이런 조건의 지명을 갖춘 곳 중의 하나가 강원도 홍천군 공작산(孔雀山) 일대이다. 이 일대에는 동굴약수, 샘골, 옥수암골이라는 지명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공작산에서 내려오는 산봉우리 하나는 이름부터가 ‘약물산’이다. “약물(약수)이 나오는 산”이라는 뜻이다. 해발 560m의 산인데, 홍천군 화촌면 굴운리에 사는 사람들은 ‘약물산’이라 부르고, 산 건너편 쪽에서는 ‘약수봉’(藥水峰)이라고 부른다. 같은 의미이다.
수백 년 전부터 이 약물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면 병이 잘 나았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외지 사람들이 그 소문을 듣고 약물산으로 몰려들어 천막을 치고 장기간 기거하면서 병을 치료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근방 사람들이 이 물을 마시면 바람이 잘 났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쯤 동네사람들이 합의하여 샘물이 나오는 구멍을 개가죽으로 막아버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왜 바람이 났을까? 현장을 답사하여 보니 주변의 산세(山勢)가 마치 여자가 두 다리를 벌리고 있는 형상과 아주 흡사하였다. 샘물은 정확히 여자의 생식기 자리, 즉 옥문혈(玉門穴)에서 샘솟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옥문영수(玉門靈水)’인 것이다.
근래에는 여기서 나오는 샘물을 개발하여 ‘약산샘물’이라는 이름으로 시판하고 있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여 일본·독일에까지 알려진 샘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