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허공이 재산이고, 물고기는 물이 재산이며, 네 발 달린 짐승은
숲이 재산입니다. 그러면 사람에겐 무엇이 재산이겠습니까?
돈이 아니라 법, 다시 말해 물질이 아닌 자기 마음이
재산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법으로써 자랑을 삼는다는 말이 있어요. 그러니 이
주장자 소리를 들을 줄 알고 주장자를 볼 줄 아는 그 한 물건이,
자기의 재산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기입니다.
만약 인간이 돈을 재산으로 삼는다면, 그 돈 때문에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까 돈을 재산으로 삼지 말고 자기 마음을 재산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모두 자신의 인연 따라 태어난 것이지
남의 복을 대신 받을 수도 없고 남의 죄도 대신 받을 수 없습니다.
자작자수라, 자기가 지은대로 받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백가지가 다 천한데 한 가지가 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백가지가 다 귀한데 한 가지가 천해서 아주 천인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얼굴이 잘났고 몸이 건강하고 아무리 그 사람이
훌륭하게 잘생겼다 해도, 마음 하나를 잘못 쓰면 그 사람은
천인이 되는 것이며, 아무리 못나도 마음 하나 잘 쓰면 그 사람은
귀인이 되는 것입니다.
옛날 중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쌍둥이 형제가 태어났는데 서로 등이 붙어서 나왔어요.
그래서 의사가 칼로 등을 갈라 상처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쌍둥이 중 작은 쪽은 동생으로 삼아 이름을 배탁이라 불렀고 큰
몸뚱이 아이는 형으로 삼아 배도라도 불렀어요.
이름 글자는 같은 도자를 썼지만, 중국식 발음은 달라서
도와 탁으로 달리 부르게 된 것입니다.
형 배도는 후일 이름을 배휴라고 바꾸게 됩니다.
몇 년 후, 마을에서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 배탁과 배휴의 관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관상쟁이가 보니 배탁은 과거에 지은 복이 있어서 자기의 삶을
보존하고 살 수 있는 그러한 복을 타고 났습니다.
그러나 배휴는 과거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얼굴도 못났을 뿐더러
남의 집에 가면 간 그 집이 피해를 입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관상쟁이는 배휴더러 관상이 무척 나쁘니 남의 집엔 아예 가지
말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배휴가 가만히 생각해 볼 때 '한 날 한 시에 똑같이 나왔는데 동생은
자기가 지은 복으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는데,
나는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기에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힌다고 하는가?'하면서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그러던 끝에 배휴는 집에 혼자 틀어박혀 10년 동안 참선을 했습니다.
10년 동안 꼼짝 않고 참선 수행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결국 배휴는 그 공덕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 뒤 관상쟁이가 우연히 지나다가 다시 배휴를 보았는데,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자네가 배휴란 말인가? 10년 전 자네의 관상이 어찌나 박복하던지
집 밖으로 나가면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입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재상이 되고도 남을 관상으로 바뀌었네."
관상쟁이가 이렇게 판단을 내린 겁니다.
배휴가 그 말을 듣고 난 다음에는 더욱 부지런히 공부해서 벼슬을 시작했는데,
나중엔 명재상이 되었습니다.
반면 배탁은 강에서 사공 노릇을 하며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처럼 세상 사람이 사주도 보고 관상도 보는데 그거 소용이
없습니다.
모두가 우리가 지은 대로 가는 거에요. 전생의 죄업을 그대로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과거에 잘했든 못했든 내가 닦아나가고
선업을 지으면 만법이 다 구족해 지는 것입니다.
하루는 깨달음을 얻고 난 배휴가 어떤 절에 찾아가 참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영각 안에 모셔진 한 진영을 보고는 스님들에게
물었어요.
"고인의 진영은 여기 있는데 그 주인공은 어디 갔습니까?"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습니다. 배휴가 다시 물었습니다.
"이 절에는 공부하는 스님이 참으로 없습니까?"
그때 누더기를 입은 황벽스님이 나타났습니다. 배휴가 다시
황벽스님에게 물었어요.
"이 진영의 주인공은 어디 갔습니까?"
황벽스님이 배휴에게 되물었습니다.
"배 승상!"
"네에."
"어디 계시오?"
배휴는 그 질문을 듣고는 확연히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보듯 우리는 돈으로 재산을 삼을 게 아니라
마음으로 재산을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육체가 있되 마음이 없으면 시체나 마찬가지며, 마음은 있되
육체가 없으면 영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귀신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육체만 알고 마음을 알지 못하면 중생이라고 합니다.
중생이란 모든 생명체를 가리키는데 허공에 날아가는 새도, 파리도,
땅에 기는 짐승이나 물고기, 미물도 인간과 다름없는
중생이란 말입니다.
그러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데 마음을 모른다면
영장의 가치가 어디 있겠습니까?
마음을 알지 못하고 육체 본위로 사는 것은 중생이지
만물의 영장이라 할 수 없어요.
그러니 부지런히 수행하고 닦아 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입니다.